
원산지 증명, 중국산 원료를 쓰면 미국 관세가 달라질까?
핵심 요약
2026년 10월 기준 미국은 원료의 국적이 아니라 실질적 변형이 일어난 나라를 원산지로 본다. 한국에서 원료를 배합해 새 제품을 만들면 한국산(합계 12.5%)이 될 수 있지만, 중국에서 만든 내용물을 충전·포장만 하면 중국산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화장품(HTS 3304.99.50)은 중국산이면 37.5%다.
원료가 중국산이면 제품도 중국산일까? 미국 CBP가 원산지를 정하는 기준과 관세 차이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들과 상담하다 보면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원료 일부가 중국산인데, 미국에서 중국산 관세가 붙나요?"
"중국에서 만든 벌크를 한국에서 충전만 해도 한국산인가요?"
"한미 FTA 원산지 증명서를 받아 두면 괜찮은 거죠?"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미국 관세에서 원산지는 원료의 국적이 아니라 실질적 변형이 일어난 나라로 정해진다. 한국에서 원료를 배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었다면 한국산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완성된 내용물을 한국에서 충전하고 포장만 했다면 중국산으로 판정될 수 있다.
이 글은 한국에서 원산지증명서를 발급받는 절차를 다루지 않는다. 미국 CBP(관세국경보호청)가 원산지를 어떻게 판정하는지, 그 결과에 따라 관세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정리해보려 한다.
1. 원산지 판정 하나로 화장품 관세가 25%포인트 달라진다
2026년 10월 기준 한국산과 중국산은 같은 HTS 코드라도 관세가 다르다.
- 한국산: 기본관세(MFN)가 12.5% 미만이면 Section 301 관세가 더해져 합계 12.5%다(USTR 고시). 계산 구조는 관세율 글에서 다뤘다.
- 중국산: 기본관세에 기존 Section 301 관세가 붙고, 2026년 7월 24일부터 12.5%가 그 위에 더해진다(HTS 9903.05.31, 같은 고시). 한국처럼 합계를 맞추는 바닥이 아니라 그대로 더하는 세율이다.
예를 들어 화장품(HTS 3304.99.50)은 USITC HTS 기준 기본관세가 Free다. 이 품목은 USITC의 중국 Section 301 목록에서 25%가 붙는 List 3(9903.88.03)에 들어 있다.
- 한국산: 기본관세 0% + Section 301 관세 12.5% = 12.5%
- 중국산: 기본관세 0% + List 3 관세 25% + 추가 Section 301 관세 12.5% = 37.5%
인스턴트 라면 수프(HTS 2104.10.00)는 기본관세 3.2%에 List 4A 관세 7.5%(9903.88.15)가 붙는다. 중국산이면 3.2% + 7.5% + 12.5% = 23.2%, 한국산이면 12.5%다.
과세가격 $10,000어치 화장품이라면 관세는 한국산 $1,250, 중국산 $3,750이다. 원산지 판정 하나로 $2,500이 갈린다.
위 세율은 USITC HTS에서 2026년 10월에 확인했다. Section 301 예외 목록과 중국산에 붙는 다른 추가 관세는 HTS 라인별로 따로 확인해야 한다. 추가 12.5% 관세는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서 소송 중이지만, 업계 자료에 따르면 2026년 10월 1일까지 판결이 없어 세율은 그대로다.
실제 사례도 있다. 관세청이 2026년 5월 소개한 오징어 소스는 한국산이면 총 10%, 중국산이면 총 35%였다(조세일보). 10%는 Section 122 관세가 적용되던 때의 세율이라 지금과 다르다. 그래도 원산지가 관세를 가르는 구조는 같다.
원산지 판정은 관세율표에서 어느 나라의 줄을 쓸지 정한다.
2. CBP의 원산지 기준은 실질적 변형이다
CBP 원산지 표시 안내는 원산지를 물품의 "제조, 생산 또는 재배 국가"로 정의한다. 원료가 여러 나라에서 왔다면, 실질적 변형(substantial transformation)이 일어난 나라가 원산지가 된다.
실질적 변형은 이름, 성질, 용도가 다른 새로운 물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같은 자료). 예를 들어 여러 원료를 배합해 크림이라는 새 물품이 생기면 변형이 일어난 것이다. 이미 완성된 크림을 용기에 옮겨 담는 일은 크림의 이름도, 성질도, 용도도 바꾸지 않는다.
CBP도 같은 자료에서, 원료는 한 나라에서 오고 조립은 다른 나라에서 하는 경우처럼 원산지 문제가 복잡할 수 있다고 적는다. 그래서 수입자가 사전판정(binding ruling)을 받는 방법을 함께 안내한다.
원산지가 정해지면 제품의 원산지 표시도 그 결과를 따른다. 영어 국가명 표기 규칙은 라벨 글에서 다뤘다.
미국 CBP는 원료가 어디서 왔는지보다, 새로운 물품이 마지막으로 만들어진 곳을 본다.
3. CBP 판정 사례: 배합은 원산지를 바꾸고, 충전과 포장은 바꾸지 않았다
2026년 CBP가 낸 화장품 원산지 판정 두 건은 다음과 같다.
- N361519 (2026년 6월 4일, 마스카라): 미국에서 국내외 원료를 배합하고 유화해 벌크 마스카라를 만들었다. 멕시코에서는 용기 충전, 캡, 라벨, 포장을 했다. CBP는 미국의 배합과 유화가 실질적 변형이라며 원산지를 미국으로 판정했다.
- N361159 (2026년 5월 28일, 립 키트): 미국에서 여러 나라 원료를 배합해 립글로스와 펜슬 벌크를 만들었다. CBP는 멕시코의 충전, 키트 조립, 포장이 실질적 변형이 아니라고 보고 원산지를 미국으로 판정했다.
반대 방향의 사례도 있다. 아시아경제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서 만든 액상 식품 원료를 중국에서 결정화한 D사는 CBP 사전판정을 거쳐 2026년 9월 한국산 판정을 받았다.
이 사례들을 한국 공장에 대입하면 아래처럼 정리할 수 있다. 4번부터 6번은 같은 기준을 적용한 예시이고, CBP 판정이 아니다.
| 사례 | 원료 | 공정 | 원산지 결과 | 근거 |
|---|---|---|---|---|
| 1. 마스카라 | 여러 나라 원료 | 미국 배합·유화, 멕시코 충전·포장 | 미국 | CBP N361519 |
| 2. 립 키트 | 여러 나라 원료 | 미국 배합, 멕시코 충전·조립·포장 | 미국 | CBP N361159 |
| 3. 식품 원료 | 한국산 액상 원료 | 중국 결정화 | 한국 | CBP 사전판정(언론 보도) |
| 4. 예시: 크림 | 일부 중국산 원료 | 한국 배합·유화·충전 | 한국산이 될 수 있음 | 같은 기준, 사전판정으로 확인 |
| 5. 예시: 크림 | 중국에서 만든 벌크 | 한국 충전·포장만 | 중국산이 될 수 있음 | 같은 기준, 사전판정으로 확인 |
| 6. 예시: 용기 | 중국산 용기·단상자 | 한국 내용물 제조 | 확인한 CBP 판정 없음 | 사전판정 권장 |
판정은 그 사실관계에만 적용된다. N361519도 사실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새 판정을 신청하라고 적는다.
중국산 용기도 자주 묻는다. CBP 안내에 따르면 내용물을 채워 들어오는 통상적인 용기는 자체 원산지를 따로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는 표시 규칙이고, 용기가 제품의 관세 원산지를 바꾸는지에 대한 답은 아니다. 용기 값의 비중이 크거나 키트처럼 구성품이 여럿이라면 사전판정을 받아두자.
같은 '한국 제조'라도 한국에서 어떤 공정을 했는지에 따라 원산지가 달라진다.
4. 한미 FTA 원산지 증명은 다른 기준으로 판단한다
KORUS(한미 FTA) 특혜 세율을 받기 위한 원산지 기준은 위의 실질적 변형 기준과 별개다. CBP KORUS 안내에 따르면 KORUS 원산지는 다음 경로로 인정된다.
- 완전생산: 한국이나 미국에서 전부 얻거나 생산한 물품
- 세번변경: 역외산 원료가 HTS 일반주석 33(o)이 정한 대로 분류번호가 바뀐 물품
- 역내가치비율(RVC): 역내에서 생긴 가치의 비율이 기준을 넘는 물품
세번변경을 못 맞춘 역외산 원료가 있어도, 그 가치가 조정가격의 10% 이하이면 원산지를 인정받을 수 있다(섬유 제외, 같은 자료). 반대로 제3국에서 하역, 재적재, 보존 이외의 가공을 거치면 원산지를 잃는다.
두 기준은 따로 본다. 한국 FTA 실무에서 받는 원산지 확인서나 증명서가 있다고 미국 비특혜 원산지 판정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KORUS를 적용해도 Section 301 관세는 없어지지 않는다. KORUS 신청에 필요한 서류는 원산지증명서 글에서 다뤘다.
KORUS 원산지는 특혜 세율을 위한 것이고, 중국산 여부를 가리는 판정을 대신하지 않는다.
5. 미리 확정하려면 CBP 사전판정을 받는다
사전판정(Binding Ruling)은 CBP가 원산지, 품목분류, 표시를 서면으로 정해주는 결정이다. CBP 안내에 따르면 담당 부서(NCSD)는 보통 접수 후 30일 안에, 본부 검토가 필요한 건은 90일 안에 답한다. 앞으로 들여올 물품에만 신청할 수 있다.
원산지 판정 신청서에는 다음을 적어야 한다(같은 자료).
- 각 원료가 만들어지거나 수확된 국가
- 각 생산 공정이 이루어진 국가
따라서 원료별 생산국과 공정별 장소를 정리한 표가 신청의 출발점이다. 원산지는 선적 24시간 전에 내는 ISF 항목에도 들어가므로(통관 글), 첫 선적 전에 답이 있어야 한다.
한국 쪽 자료도 있다. 관세청은 미국 비특혜 원산지 판정 사례를 FTA포털 '미 관세정책 대응지원' 게시판에 모아 매월 갱신하겠다고 밝혔다(뉴스핌). 11월 2일부터 4일까지 서울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릴 'KCW 2026'에서는 2일 CBP 초청 설명회가 예정돼 있다(충청일보).
사전판정은 공정과 원료 공급처가 정해진 뒤, 첫 선적 전에 받아야 쓸모가 있다.
6. 원산지를 잘못 신고하면 벌칙 상한은 과실 정도에 따라 다르다
원산지를 틀리게 신고하면 19 U.S.C. 1592의 민사 벌칙 대상이 될 수 있다. 상한은 다음과 같다.
- 사기(fraud): 물품의 국내 가치까지
- 중과실(gross negligence): 국내 가치와 탈루 관세의 4배 중 낮은 금액까지. 관세에 영향이 없으면 과세가격의 40%까지
- 과실(negligence): 국내 가치와 탈루 관세의 2배 중 낮은 금액까지. 관세에 영향이 없으면 과세가격의 20%까지
모두 상한이고, 실제 금액은 사안마다 다르다. 같은 조항에 따라 위반을 먼저 신고(prior disclosure)하면 상한이 낮아질 수 있다.
EAPA와 혼동하는 경우도 많다. CBP의 EAPA는 반덤핑·상계관세(AD/CVD) 회피를 다루는 절차이고, 19 U.S.C. 1517도 대상을 AD/CVD 명령 대상 물품으로 정한다. Section 301 관세는 EAPA 대상이 아니다.
원산지 신고가 틀리면 덜 낸 관세를 다시 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선적 전에 확인할 4가지
중국산 원료나 부품을 쓴다면 최소한 이것은 확인하자.
1. 원료별 생산국과 공정별 장소를 표로 정리했는가?
2. 한국 공정이 배합처럼 새 물품을 만드는가, 충전과 포장에 그치는가?
3. 중국산으로 판정될 경우의 관세율로도 가격을 계산해 두었는가?
4. 판단이 애매하면 첫 선적 전에 CBP 사전판정을 신청했는가?
마무리
미국에서 원산지는 원료 목록보다 공정으로 정해진다. 한국에서 새 물품을 만들었다면 한국산이 될 수 있지만, 충전과 포장만 했다면 중국산이 될 수 있다. 이 글은 규정과 공개 판정을 정리한 것이고 법률 자문이 아니다. 애매한 제품은 관세사와 CBP 사전판정으로 확인하자.
LinkONE은 캘리포니아 풀러턴 창고를 기반으로 한국 브랜드의 미국 통관과 관세 컨설팅, 수입 규정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
결국 미국 원산지는 원산지 증명서 한 장이 아니라, 한국 공장에서 무엇을 만들었는지로 증명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중국산 원료를 쓰면 미국에서도 중국산이 되나?
원료를 쓴 것만으로 원산지가 중국이 되지는 않는다. CBP는 이름, 성질, 용도가 다른 새 물품이 만들어진 나라, 즉 실질적 변형이 일어난 나라를 원산지로 본다. CBP는 여러 나라 원료를 미국에서 배합해 만든 마스카라를 미국산으로 판정했다(N361519).
한국에서 충전과 포장만 하면 한국산이 되나?
한국산이 되지 않을 수 있다. CBP는 미국에서 만든 벌크를 멕시코에서 충전, 조립, 포장한 립 키트에 대해 멕시코 공정이 실질적 변형이 아니라고 판정했다(N361159). 같은 기준이면 중국에서 만든 벌크를 한국에서 충전만 한 제품은 중국산이 될 수 있다. 확정하려면 사전판정을 받아야 한다.
원산지가 중국으로 판정되면 화장품 관세는 얼마인가?
예를 들어 HTS 3304.99.50 화장품은 중국산이면 기본관세 0%, List 3 관세 25%, 추가 Section 301 관세 12.5%를 더해 37.5%다(USITC 중국 목록, USTR 고시). 한국산이면 합계 12.5%다. 예외 목록과 다른 추가 관세는 HTS 라인별로 확인해야 한다.
한미 FTA 원산지 증명서가 있으면 중국산 문제가 없어지나?
없어지지 않는다. KORUS 원산지는 세번변경, 역내가치비율 같은 별도 기준으로 판단한다(CBP KORUS 안내). 실질적 변형으로 정하는 비특혜 원산지와 다른 시험이다. KORUS를 적용해도 Section 301 관세는 남는다.
원산지를 미리 확정하는 방법은?
CBP에 원산지 사전판정(Binding Ruling)을 신청한다. CBP 안내에 따르면 보통 30일, 본부 검토가 필요하면 90일 안에 답한다. 신청서에는 원료별 생산국과 공정별 장소를 적어야 하고, 앞으로 들여올 물품에만 신청할 수 있다.
참고 자료
- CBP, Marking of Country of Origin on U.S. Imports
- CBP Ruling N361519, Mary Kay Lash Intensity Mascara 원산지 판정
- CBP, Requirements for Electronic Ruling Requests
- USTR, Notice of Actions in Section 301 Investigations (2026-07-23)
이 글의 관세율과 규정 정보는 2026년 10월 기준이다.
-LinkONE-